
<나경원이 목포 구시가지에 집을 샀다면...>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지만, 만약 지난 정권 시절에 나경원의원이 목포 구시가지에 집을 샀다고 상상해 보자.
방송은 아마 쓸쓸하다 못해 을씨년스런 목포의 구시가지를 비춰주면서 멘트를 시작할 것 같다.
한때 번영했던 목포가 이제는 젊은이들은 전부 큰 도시로 빠져나가고,
그나마의 주민들도 새로 건설된 신시가지로 이주한 탓에 지금은 절반 이 넘는 건물이 가게가 문을 닫거나 사람이 살지 않는 죽은 동네가 되었다고 말이다. ...
이쯤에서 등장한 문화재 전문가는 목포 구시가지의 적산 건물들의 문화사적 의의를 이야기 하면서
보존의 필요성과 상권 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빈약한 지방 정부 재원을 믿기 보다는 중앙정부의 예산을 투입해
거리를 활성화 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목청을 높일 것이다.
그러면서 현직 국회의원이 이러한 문제점을 알고서 사재를 털어 상권을 살리고자 노력한다면서
나경원의원의 사례를 소개할 것이다.
다 쓰러져 가는, 그래서 경제적 가치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이 썩은 목조 건물을
한 채도, 두 채도 아닌 무려 아홉 채나 사들인 용기와 희생에 대해서 마구 칭찬할 것이다.
더구나 이런 미담을 알리지 않기 위해 몰래 차명으로 사들인 그 행동까지도 미화 할 것이다.
그중에 몇 채는 이미 허물어서 '모텔'로 재건축까지 한 것을 두고도 앞으로 찾아올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라고 추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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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경원의원은 서울에 있는 건물을 13억에 사서 30억에 팔아서 시세 차익을 볼 지언정,
겨우 몇천만원짜리 부동산, 거기다 언제 개발될 지도 알 수 없는 목포 구시가지의 낡은 건물을 살 일은 절대로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방송'이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자신들이 원하는 쪽으로 이야기의 방향을 틀 수가 있다.
Broad Casting은 말 그대로 널리 던진다는 말이다.
남의 말은 듣지도 않고 자신들의 씨부림을 그냥 일방적으로 널리 퍼지게 한다는 뜻이다.
그나마 요즘은 SNS 라는, 일방적인 Casting이 아닌 Communication의 장이 조그마하게 열리는 중이지만 여전히 방송의 위력은 대단하다.
공영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영 방송'에게 Broad Casting의 권한을 주는 것은 그래서 대단히 위험한 것이다.
지난 부패 정권 시절의 공영 방송도 '공영'이란 말을 붙여주기 민망한 지경이었지만 정권이 바뀐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처벌은 커녕 재평가를 받지도 않고 있다.
방송이 끼칠 수 있는 그 막대한 영향력을 생각할 때,
그에 걸맞는 엄청난 크기의 책임 또한 감수하게 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