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를 언급하면 아직도 그 소리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히딩크의 2002년은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줍니다. 한국축구 역사상 가장 최고의 시절이었으니 거기에서 해답을 찾는 것은 당연합니다. 간혹 국내감독들이나 축구전문가랍시고 떠드는 사람들이 2002년 히딩크는 장기간 합숙훈련을 했다는 이유로 평가절하합니다. 그런데 과연 국내감독들에게 1년 동안 합숙훈련을 보장한다면 그 만큼의 경기력이 나올까요?? 저는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2002년 당시 국내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이라 국내감독을 먼저 알아 봤으나 모두 거절했습니다. 쓸만한 선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많은 핑계였고, 직전 대회에서 차범근의 몰락을 본 후 국내에서 개최한 월드컵에서 망신을 당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감독후보자들의 솔직한 고백이었습니다. 그랬던 자들이 2002년에 역사적인 성과를 이뤄내자 합숙훈련 덕분이라는 등의 히딩크 폄하에 앞장서곤 했죠. 그런 놈들 중에 한국축구를 좌지우지하는 놈들이 수두룩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습니다. 히딩크가 합숙훈련을 통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팀으로 만들었다는 그 비아냥을 거꾸로 해석하면 히딩크의 지도방식과 지도력이 이전의 국내축구계와 전혀 달랐다는 말이 됩니다. 당시 유럽에서 이름이라도 알려진 선수는 안정환과 설기현이 유이했고 나머지는 한물 간 퇴물취급 받는 노장선수들과 팬들조차도 생소한 선수들, 그리고 팬들이 도대체 저 선수를 왜 뽑았지라며 의문을 가지는 선수들이 즐비했습니다. 박지성을 엔트리탈락 1순위로 꼽는 것이 당시 축구전문가들이었으니 그들이 보는 선수안목은 히딩크의 눈에 비하면 수준을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선수들을 모아 체력훈련부터 다시 하고 기본기 강화시키고 전술적인 움직임을 이해시키고자 모든 선수들을 멀티능력을 갖도록 제대로 훈련시켰습니다. 박지성과 관련해서도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 당시 소속이었던 일본팀관계자에게 '박지성 선수가 국가대표 훈련으로 2주 이상이나 빠져도 괜찮은가라고 묻자, 그 관계자는 '대표팀훈련만 갔다 오면 실력이 부쩍 향상된 것이 눈에 보인다. 그러니 오히려 고맙다.'고 대답했습니다. 대표팀이 '증명'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육성'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대표팀에서 훈련한 후 기량이 좋아졌다고 평가받는 선수를 저는 들어 본적이 없습니다. 그 런데 히딩크는 그걸 해냈던 것이죠. 결국, 2002년의 성공은 '합숙훈련' 덕분이 아니라 '히딩크가 지휘한 합숙훈련'덕분입니다. 그만큼 감독의 역량이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엄청납니다. 히딩크에 비춰 볼 때 한국축구의 가장 큰 문제는 결국 '지도자'의 무능력입니다. 선수들은 지도자에게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움직이도록 훈련받았을 뿐입니다. 빌드업 따위는 배워 본 적도 없고, 공이 오면 일단 걷어 내라는 쌍욕을 들으며 훈련했고 장신의 스트라이커가 있으면 측면으로 전달해 무조건 올리라고 배웠습니다. 2 대1이나 3 대1 패스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이나 하는 것이지 우리 선수들은 공을 받을 선수 옆에 상대선수의 그림자라도 보이면 그리로 공을 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런 압박상황에서 볼을 줘 본 적도 없고 받아 본 적도 거의 없는 선수들이 월드컵 무대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별로 없습니다. 유소년 육성한다고 꼴갑을 떤지도 벌써 15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는 흙바닥에서 축구하던 선배들과 똑 같은 축구를 하고, 똑 같은 움직임과 똑 같은 기술수준으로 축구를 합니다. 결국, 축구지도자들의 자격요건을 더 높이고, 지도자들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한국축구를 변화시킬 최우선 과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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