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야기

김정태 가족을 향한 과도한 공격, 그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뭐라카노 2014. 6. 11. 11:54

 

 

배우 김정태와 그의 아들 '아꿍이'의 모습을 더 이상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볼 수 없게 됐다.

합류한 지 6주 만에 불명예스러운 하차를 하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추사랑'을 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가족들의 모습도 봐야하는 처지인지라 아꿍이와의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이 그리 크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추사랑'의 분량이 늘어난다는 반가움과는 별개로 사회적으로 중요한 논점을 담고 있다.



사건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경남 양산시장에 출마한 나동연 새누리당 후보는 자신의 블로그에

'야꿍이와 야꿍이 아빠와 함께하는 나동연의 행복한 동행'이라는 글을 올렸는데,

그 글에는 김정태와 야꿍이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이 사진이 SNS를 통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두팔을 걷어부치고 즉각 비판에 나섰다.

주된 논거는 '어린 아이를 정치에 이용했다'는 것이었다.

김정태는 "정치적으로 아이를 이용할 생각은 없었다"며 사과했지만 논란은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김정태의 아내 전여진 씨는 3일 한 온라인 게시판에

'[우울해요] 야꿍엄마입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전 씨는 "김정권 씨와 나동연 씨는 예전부터 친한 지인으로 지후가 큰 아빠, 할아버지라고 부"른면서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는 점을 밝히면서

"잠깐 와서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공원에 계시다고 해서 놀러갈 겸 지후를 데리고 갔"다고 밝혔다.


나동연 후보의 선거 유세 포스터를 보면, '배우 김정태님도 나동연 후보자의 합동유세에 지원오십니다'라고 되어 있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건대 "정치적으로 아이를 이용할 생각은 없었다"는 김정태의 말과

"가보니 사람들이 몰렸고 운동원들이 기회를 틈타 애를 안고 사진을 찍고 한 것입니다"는 전여진 씨의 말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나동연 후보 또는 선거 캠프의 누군가는 '김정태가 오면 야꿍이도 올 수 있다.

그러면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정도의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혹은 "아무리 선거가 중요하지만 어린 아이를 선거에 이용할 만큼 비이성적이진 않다"는

나동연 양산시장의 말처럼 야꿍이를 안은 것은 '기획'된 것이 아니라 '우연'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누군가는 가졌을지 모를 '바람'이 실현된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안타깝게도 억울함을 토로한 전여진 씨의 해명글은 사건을 진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억측을 불러 일으켰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도 아닌데 같은 동네 주민들까지 잡아 먹을 듯 하니 마트도 못 가겠네요'와 같은 내용은

가뜩이나 날카로워져 있는 네티즌들을 자극했고, 터지기 직전 상황에 있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우리는 이쯤에서 불편한 질문을 하나 던져봐야 한다.

우리가 이 사건에 이토록 과민하게 반응한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김정태와 야꿍이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하차해야만 했을까?

혹시 네티즌들이 그토록 광분했던 까닭은 '어린 아이를 정치에 이용했다'는 그럴듯한 명분이 아니라,

김정태가 지원한 후보가 '새누리당'의 후보이기 때문은 아닐까?


조금 불편할 수 있겠지만, 이런 가정을 한 번 해보자.

만약 김정태가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권의 후보의 유세장에 나타났고,

야권의 후보가 야꿍이를 안고 있는 사진이 SNS에 유포됐다면 과연 네티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과연 그 때의 반응도 지금과 같았을 것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우리는 분명한 사실관계를 파악하지도 않고, 무작정 김정태 가족들을 공격했다.

비난은 김정태 가족들이 모조리 뒤집어 썼지만, 사실관계를 되짚어보면 그들은 충분히 억울해할 만하다.

김정태는 나동연 양산시장의 지원 유세에 나선 것이 맞다.

하지만 '야꿍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은 김정태가 아니다.

그것이 기획된 것이든 우연이든 간에 '야꿍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은 나동연 시장 혹은 나동연 시장의 선거 캠프다.

책임이 있다면 나동연 시장이 져야만 한다.




하지만 나동연 시장은 넉넉하게 당선(물론 당선의 요인을 야꿍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됐고,

김정태 가족은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심지어 방송을 하차까지 하게 됐다.

그뿐인가?

김정태는 새누리당 지지자로 낙인찍혀 앞으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의 배우 인생에도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소위 자신을 '진보'라고 치장하는 사람들은

'셀러브리티'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에 관대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김제동, 권해효, 박중훈, 김여진 등 야권 성향의 셀러브리티를 응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 아닌가?

그렇다면 마찬가지 논리로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셀러브리티' 들의 정치적 선택도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닐까?


대한민국 정치의 역사적 배경과 왜곡된 지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식의 폭력적인 접근으로는 그 어떤 해답도 찾을 수 없다.

이분법에 근거해,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무조건 '적'으로 간주해 집단 공격에 나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것은 또 다른 형태의 '공포'와 '억압'이 아닌가?

이러한 우리들의 모습은 야권을 지지한다고 해서 그들의 일자리를 뺏고,

정치적 압력을 비상식적으로 행사했던 '저들'과 무엇이 다른가?



- OSEN 에서 발췌 -


"공인으로서 신중한 행동을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일로 인해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함께 하고 있는 다른 네가족들에게 더이상의 심려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자진하차 하기로 결정했다. 공인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행동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켜 팬들과 그간 사랑해준 분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김정태는 하차를 결정하며 소속사를 통해 사과의 말을 전했다.

비록 선거 기간 중에 다소 신중하지 못한 태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런 사태까지 벌어질 것이라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기에

그의 과도한 고개숙임(연예인은 공인이 아님에도)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또, 오랜 무명 생활 끝에 겨우 '볕'을 본 그이기에 이런 상황이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 모두 솔직해지자. 김정태 가족을 향한 비이성적인 공격의 이유가 '아이를 정치에 이용했다는 것'인가?

만약 그 이유 때문이라면, (사실관계를 짚어봤듯이) 과녁은 김정태 가족이 아니라

진짜 '공인(公人)'인 나동연 양산시장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실질적으로 이용당한 것도, 피해를 입은 것도 김정태 가족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김정태 가족이 '증오해 마지않는'

새누리당과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커밍아웃'하는 건 어떨까?

그리고 이렇게 결론 내리는 건 어떨까?

'셀러브리티'들의 자유로운 정치적 성향(신념) 공개는 찬성한다.

하지만 새누리당 성향일 경우에는 예외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새누리당 관련자와는 개인적 친분마저도 숨겨라!

부끄럽게도 이것이 히스테릭한 소위 진보의 실체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 '자기 정당화'를 통해 이 창피함을 이겨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