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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네가 너무좋다....

뭐라카노 2011. 4. 10. 19:22

올해 들어서 갑자기 회춘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라이언 긱스.

하지만, 그가 전성기처럼 공격과 수비 모두를 100% 소화하기엔

체력적인 부담이 너무도 큽니다. 사실상 불가능하죠.

그래서 퍼거슨은 생각합니다.

'연륜이 녹아있는 긱스의 공격력을 활용할 수 있다면, 수비는 다른 선수로 메우면 된다.'

그것이 오늘 맨유의 여러가지 전술 중 공격 부분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리하여 퍼거슨은 긱스를 여느 때처럼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시킵니다.  

그리고 박지성과의 스위칭을 통해 윙 공격으로 올리면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깁니다.

긱스 같은 톱 클래스의 선수는 윙에서도 충분히 플메 역할이 가능하니까요. 

 

 

박지성에겐 원래 긱스가 담당해야 하는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맡겼습니다.

그로 인해 박지성은 자신의 공격력은 최소화 하는 동시에

캐릭을 도와서 상대 공격수를 압박하고 측면 오버래핑을 막는 역할을 소화하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캐릭과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 둘을 세운,

더블 볼란치의 역할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활동량 이야기가 나오게 됩니다. 박지성은 이 날 경기에서 중미와 측면 위 아래를 오가며 빈 공간들을 꾸준히 메우며 좋은 수비를 해냅니다. 

 

 

첼시의 공격력은 그만큼 강력합니다.

전방의 드록바와 토레스의 투 톱의 공격력은 세계 최강급. 

그런데 거기다가 중앙과 측면에서 밀고 올라오는

램파드와 지르코프, 에시앙, 하미레스의 지원 사격도 장난이 아닙니다. 

특히 오늘 에시앙은 정말 날카롭더군요.

 

 

그래서 박지성은 평소에 보여주던 공격적인 침투와 전진 패스보다는

중앙에서 패스를 연결하거나 공간을 메우는 역할을 주로 하게 됩니다.

 (이 부분을 아쉬워하는 한국 팬들이 많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쩔 수 없죠. 그게 팀 전술이고, 선수는 장기 말과 같습니다.

평소에 박지성이 차나 마로 공격하는 역할이었다면,

오늘은 쫄이나 마로 수비하는 역할이었다고나 할까요.)

 

 

긱스의 공격력을 최대화 하는 동시에 박지성의 수비력을 활용하겠다는 의도였죠.

퍼거슨의 선택은 적중합니다. 

전반 중반 긱스 과감한 돌파와 환상적인 크로스에 이은 루니의 깔끔한 마무리. 

 

 

박지성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100% 수행합니다.

첼시가 역습으로 올라올 때 캐릭과 함게 중앙에서 적절히 끊어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에브라를 도와 측면 오버래핑 하는 선수들을 막아서는 모습도 종종 나왔구요.

그 때 보여준 압박과 태클들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수비 간격 유지하면서 빈 공간 메워나가고 공격수들한테 끈질기게 달라붙는 모습 보면서 

'정말 이 선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 역할을 해내는 선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꼭 필요한 선수.

(슬램덩크에서 루니가 서태웅이고, 반데옹이 채치수라면, 박지성은 강백호? 혹은 능남의 변덕규 같은 역할?)

 

 

그리고 박지성이 상대의 공격을 끊는 순간부터 바로 맨유의 날카로운 역습으로 전개되는 상황도 몇 번 있었죠. 특히 후반 미켈이 소유한 볼을 태클로 뺏어서 바로 역습으로 전개하는 장면 일품이었습니다.

'아! 퍼거슨 영감이 노린 게 이거였구나'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내가 상대방 감독이라도 박지성 같은 선수는 정말 귀찮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예전 아스날 벵거 감독의 인터뷰, 다들 기억나시죠?ㅎㅎ)

 

 

그리고 오늘의 박지성의 최고의 플레이 장면은 드록신과의 1:1 장면이었죠.

그 대단한 드록신이 박지성에게 막혀 볼 놓치고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던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많이 힘들어하더군요. ㅎㅎㅎ

천하의 드록신께서 중앙에선 캐릭, 퍼디난드, 비디치한테 치이고, 

측면에선 에브라와 박지성한테 치이고...결국 교체.

보싱와, 하미레스도 박지성의 태클에 다 걸립니다.

후반전 박지성과 에브라가 지키는 왼쪽 수비라인은 정말 단단했습니다.

그마저 뚫렸을 땐 (보싱와의 크로스에 이은 토레스의 헤딩 장면 - 거의 골에 가까웠습니다.) 반데사르옹의 기막힌 선방. 붕~날아서 툭! 쳐내버립니다...

헐...

긱스랑 이 선수보면 정말 나이란 숫자에 불과합니다...대단합니다...

 결국 첼시의 주공격 방향은 오른쪽으로 옮겨가죠.

 

  

박지성은 선수 시절 초반 국대에서 윙백으로도 활약했었죠.

그러다 히딩크 감독에 의해 미드필더>윙포드로 올라섰구요. 역시 수비력 쩝니다.

강 팀과의 경기에서 이렇게 수비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가끔 보는데,

볼때 마다 참 수비 좋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거기에 빈 공간 메우는 모습과 얄미울 정도로 볼 잘 뺏어내고, 파울 따내는 모습까지.

역시 맨유에서 뛸만한 선수입니다.

맨유엔 참 좋은 선수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박지성 같은 선수는 없죠.

그와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는 맨유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체 불가능이죠.

엄청난 정신력과 대단한 수비력, 좋은 공격력을 겸비하고 있고, 감독의 전술을 100% 이해하고 소화해내는 선수.

화려하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내는 그는 오늘도 여전히 강팀과의 경기에 기용됩니다.

아마 이후 결승전에서 바르샤랑 붙던, 레알이랑 붙던 그때도 또 나올거구요.

 

 

박지성 선수만 잘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여러차례 결정적인 장면을 선방한 반데사르, 결승골의 주역 루니, 환상적인 어시스트 긱스, 들어가는 골을 차낸 에브라, 패싱머신 캐릭, 중앙에서 든든하게 버틴 퍼디난드와 비디치 등 모든 선수들이 오늘 승리의 다 일등 공신입니다. 

박지성 또한 맨유의 선발 출전 선수 11명 중 1명의 역할을 충실히 다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세계 최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는 이러한 대한민국의 박지성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자랑스러워 해도 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