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여행이야기

족발 먹고 왔습니다.

뭐라카노 2010. 12. 19. 23:58

 

 

 


서울, 그것도 강북이나 강남 중심지가 아닌이상 
맛집을 찾아다니기 위해 지방을 쑤시고 다니기에는 꽤 귀찮은 건 사실이다.
마음 굳게 먹은 뒤, 1박2일 이상 시간을 잡고 랜트차량 한 대 몰고다니면서
미리 조사해놓은 맛집들과 여행지를 모조리 해치워버리는 건 가끔하는 짓거리지만,
이것도 꽤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고 혼자 먹을 수 있는 있는 먹거리의 한계가
있는터라 요즘에는 자주 다니지 못하고 있다.
(내년에 날씨가 풀릴 때면 CB400 몰고 제주도나 한번 다녀올까 생각은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아는 동생 하나가 죽이는 족발집을 하나 발견했다며 전화를 해댔다.

조미료나 색소를 쓰지 않는데 맛이 꽤 괜찮다나. 

 어지간하면 귀찮아서 나가지 않으련만.
대낮에 소주 한 잔 하자는 제안에 바로 무너졌다.
족발에 소주라면 더이상 앞, 뒤 볼 것이 없지 않은가.



출발하기 전 VIEW on 클릭은 필수~!!!


두시, 네시반은 대부분 포장손님들이고,
여덟시는 홀에서 소주 한 잔 하는 분들이 먹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오후 2시에 문을 열어서 세번 삶는데, 시간을 맞춰가지 않으면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날 도착한 시간이 약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마침 족발이 조금 일찍 나와 금새 먹을 수 있었다.

시간에 잘 맞춰가야 금새 나온 맛있는 족발을 먹을 수 있는 것.
시간대별로 완판되면 다음 시간까지 기다려야 하므로 손가락 빨기 싫으면
당연히 시간맞춰 가야겠다.


쓰레기를 버릴 수 있도록 작은 통을 두었다.
저런 것들이 바로 센스.

개인적으로 식사나 술을 한 잔 할 때 휴지를 좀 사용하는데 테이블이 지저분해서 바닥에 두곤 했었다.
치우는 사람도 힘들고 보는 나도 지저분한데, 저런 통이 있으니 깔끔하지 않은가.

전체적으로 가격은 저렴한 편.

족발의 경우 전지, 후지가 가격이 다르다.
물론 전지가 더 비싸고 양도 적다. 물론 맛도 더 좋다.

조미료 없이 만든 족발이라... 기대되지 않는가.


사실 족발에 술 한 잔 할 때 국물이 생각나곤 하는데,
홍합이 들어있는 순두부 찌개가 서비스로 나온다. 주당들에게는 희소식!





상추를 비롯한 밑반찬들은 꽤 깔끔하다.
특히 족발과 잘 어울리는 저 김치가 꽤 괜찮다.




족발등장.
사실, 막소주는 쫄깃한 젤라틴의 느낌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 족발보다 보쌈을 선호한다.
그 이유는 젤라틴 자체가 맛있게 쫄깃하기보다는 질겅질겅 씹어야 하는 수준으로 만들어버린 족발들이 대부분이기도 하며,
그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있는 껍질의 느낌을 주는 족발집이 열 곳을 가봐야 한 곳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맛있는 족발과 맛없는 족발의 차이는 맛을 잘 못느끼는 사람들도 먹어보면 바로 안다.

그런데 이날, 정말 오래간만에 그 탄력있는 족발의 맛을 느꼈다.
특히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돼지 잡내를 어떻게 잡았는지 참 신기하기도 했고,
식은 돼지고기임에도 불구하고 자르르 흐르는 윤기가 눈에 띄었다.

종로에서 인천까지 갔지만, 이 족발을 한 점 먹고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버렸다.







바글바글 끓으면, 불을 살짝 줄이고 계란을 살살 풀어준다.
계란이 완전히 퍼져버린 것 자체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족발 한 상.
족발이 나왔는데도 사진찍는 나 때문에 다들 긴장(?)했는지 숟가락, 젓가락을 놓을 생각도 안했나보다.




전지, 후지의 가격이 다른 것을 일행이 궁금해 하길래, 열심히 설명해주고 있었는데
주인장이 슬쩍 들었는지 직접 전지와 후지를 하나씩 들고와서 설명을 해주었다.
주인장이 온김에 궁금한 것들도 몇가지 물어보았는데,
족발은 한꺼번에 많이 삶으면, 삶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간이 강해지고 맛이 없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 세 번을 삶는다고 한다.

무엇보다 손님과 친밀해지려고 노력하는 주인장들은 성공의 기질이 있는 것.
괜찮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먹다보면,
지배인이 돌아다니면서 음식맛이 어떤지, 불편한 것은 없는지,

요리에 대해 궁금한 것은 없는지 항상 물어보는데
이러한 자세가 바로 손님에 대한 예의임과 동시에
자신의 업소에서 만들어진 요리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일단 처음 먹는 고기 한 점은 소금도 찍지말고 그냥 먹으면서 고기의 향과 맛, 풍미를 느껴보고.



두번째는 새우젓에 한번 찍어 먹어보고.




세번째부터는 자신의 식성대로 먹는다.




여기에 소주가 빠지면 큰 일.





족발 한 접시 금새 뚝딱 해치워버리고,
냉채족발 한접시 주문.

냉채족발은 부산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각종 채소와 함께 겨자소스로 버무려 먹는 것.

먼저 먹어본 족발의 맛이 꽤 괜찮았기 때문에 당연히 기대.

기본 요리와는 다르게 의외로 향을 강하게 하거나 맵거나 짠 음식들의 재료는 사실 믿지않고 먹는다.
미각을 자극시켜 본연의 맛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겨자의 톡 쏘는 맛이 많이 강하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특히 족발은 기대 이상.





직원이 와서 직접 버무려준다.







뭐, 눈치볼 것도 없고 마구마구 흡입해야한다.





네 명이 와서 요리를 두 개나 해치우니, 서비스로 막국수 등장.
이녀석은 다 먹지 못하고 남기고야 말았다.







돼지고기 자체가 웰빙음식인데다가, 굽거나 튀기지 않고 오직 삶은 돼지고기는 약이나 다름없다.
서울에도 성수족발이나 동대문 와글와글, 장충동의 족발집들 등
쟁쟁한 족발 전문점에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로  꽤 인상적인 퀄리티와 맛을 보여주었다.
특히 조미료를 사용안하고 카라멜 같은 색소 또한 전혀 넣지 않았다니, 얼마나 놀라운가.

집 근처에 있다면, 단골이 될 정도로 자주 들를만한 곳이지만 내게는 너무 멀다는 것이 단점.
아직은 배달은 하지 않는데, 조만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오히려 인천 사람들이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