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부터 시작해 리버풀, AC밀란, 레알 마드리드를 차례로 찍더니
이젠 FC바르셀로나까지 거명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바로 어제는 맨체스터 시티도 새롭게 언급됐다.
모두들 야망 있는 축구선수라면 가고 싶어 안달하는 클럽들이고, 어떤 선수가 실력만 있다면
억만금을 주고라도 데려올 여력이 있는 클럽들이다.
앞으로 보카 주니어스, 리버 플레이트 그리고 상파울루, 코린티안스만 언급되면
유럽과 남미의 유명클럽들이란 클럽들은 모두 그를 간절히 원하는 것이 된다.
한 시대를 풍미하는 그리고 과거 풍미했던 어떤 세계 최고의 스타플레이어가
이렇게 동시다발적인 러브콜을 받아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정말 행복한 축구선수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일본대표팀의 새로운 에이스로 등극한 혼다 게이스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처음엔 객관적인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나름 호성적을 낸 자국
대표팀 공격의 중추로 활약했던 한 선수에 대한 일본 언론과 해당 선수 에이전트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그저 귀엽게 봤었다.
하지만 이젠 그 자체가 노이즈(소음)다. 굉장히 불쾌하다.
거두절미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물론 혼다는 이제 24살의 싱싱한 재원이다. 한국선수처럼 병역으로 인한 걸림돌은 없다.
그리고 이번 월드컵에서 일본대표팀이 치른 4경기를 통해 봤듯 세트피스에서의 위력적인 왼발도 충분히 매력이 있다.
하지만 이런 장점들 이외에 유럽 빅리그의 그것도 빅클럽들이 군침을 흘릴 세계 수준의 그 무엇이 있는 선수인가?
폭넓은 활동범위에 기존 일본선수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강인한 체력과 적극적인 몸싸움?
빅클럽에 소속된 선수치고 하다못해 벤치 멤버라도 이것들을 기본적으로 갖추지 않은 이는 없다.
오히려 그간 혼다의 경기력을 종합하면 이런 부분에서 여전히 세계수준과의 격차는 상당했다.
90년대 초중반부터 일본축구의 중흥기를 지켜봤고 그 중흥기를 이끈 일본 스타플레이어들의 기량을
그 어떤 국가의 축구팬들보다 확실히 감상해왔던 이들이 다름 아닌 한국의 축구팬들이다.
이 한국 축구팬들이 현재의 혼다 게이스케라는 선수를 보는 눈은 거의 일치한다.
저 나이 때의 나카타 히데토시보다 확실히 떨어지는 선수”이던가
나카타는커녕 저 나이 때의 나카무라 슌스케보다도 임팩트가 약한 선수”이다.
이것이 객관적인 평가임을 일본 언론이 모를 리가 없다.
더구나 그들은 20대 초중반의 나카타와 나카무라가 어떤 선수였는지 우리보다
더 가까이서 더 자주 봤던 당사자들 아닌가.
하지만 때마침 새롭게 상업적으로 포장할 좋은 ‘꺼리’가 나타나자 물불을 가리지 않고
혼다 영웅 만들기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그리고 그 작업의 일환으로 빅리그와 빅클럽으로부터의 거액의 러브콜을 밑밥으로 깔았다.
이제 보니, 노이즈 마케팅 일환으로 이렇게 분위기를 띄워 놓고
혼다라는 이름을 더욱 널리 알린 후 실제 빅클럽에서 러브콜이 오면 좋은 거고,
그런 클럽이 아닌 중하위권 클럽 유니폼을 입더라도 일단 빅리그에 발을 들여놓자는 지극히 전략적인 움직임이다.
우리네 정서상 이것은 전략 이전에 상당히 비굴하면서도 낯 뜨거운 짓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속된 말로 얼굴에 철판을 깔고 한다. 왜일까?
일본축구의 박지성 콤플렉스

일본축구에는 없는 존재 박지성. 때문에 그들은 혼다에 그토록 집착하는지 모른다
2005~6년을 기점으로 유럽의 빅리그에서 제대로 된 활약을 하는 일본국적의 선수는 사실상 씨가 말랐다 해도 무방하다.
프랑스, 네덜란드 등 중소리그에는 꽤 퍼져있는 듯 보이지만
그마저도 빅리거 스카우터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활약상은 아니다.
이 현상은 특히 최근 2~3년 동안 심화됐다.
그 사이 한국대표팀의 박지성은 EPL 최상위권에서 매 해 우승놀이를 할 뿐 아니라
축구수준의 최고봉이라는 UEFA챔피언스리그를 레귤러 멤버로 소화하고 있고, 이 대회 아시아 축구선수로는 최초로 결승전을 경험했다.
일본축구가 배출해 낸 최고의 인재들이라는 나카타도 나카무라도
자신들이 전성기에 있었을 때조차 경험하지 못한 무대였고 영광이었다.
이런 경험이 단지 박지성 한 사람에게 머무는 게 아니라
대표팀에 소집될 때마다 동료 선수들에 전수되어 세계를 상대로 싸우는 월드컵 같은 무대에서
알게 모르게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걸 가질 수 없는 일본이 이웃에게 부러움을 넘어 시샘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일본의 일명 ‘박지성 콤플렉스’다.
바로 이번 일본대표팀의 오카다 감독도 그랬고 선수들도 그랬다.
이웃 나라 한국의 대표팀의 상징 하면 응당 박지성이 제일 먼저 떠오르고
그 박지성은 현 시점에서 분명 일본의 그 어떤 선수들보다 저 높은 곳에 군림하는 존재이다.
오죽했으면 오카다 감독이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경기 동영상을 압축해 선수단의 시청각 자료로 쓸 때,
특별히 박지성이 돋보였던 부분은 고의적으로 잘라내 일본선수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을까.
문제는 박지성 뿐 아니라는 게다.
이청용은 빅리그 진출 첫 해부터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팀의 대들보가 되더니
월드컵 개막 직전부터 꾸준히 리버풀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박주영은 언제 빅리그에 가도 이상하지 않은 활약상이다.
아니, 박주영의 경우 빅리그는 당연하고 잘 하면 빅클럽의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고 유럽 내에선 보고 있다.
기성용은 유럽에서의 첫 시즌을 불만족스럽게 보냈지만 그 가능성은 현지 전문가들도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번 월드컵을 통해 나름 진가를 회복했다.
이들 모두 한국대표팀에선 절대 주전급이고 전력의 핵이다.
게다가 젊다. 현재 29살인 박지성도 결코 늙은 게 아니다.
자기 관리 여하에 따라 지금의 이영표처럼 2014년에도 활약할 수 있다.
협회 혹은 연맹 차원에서 행정적인 부조리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대표팀은 해가 갈수록 강해질 것이다.
반면 일본축구는? 물론 현재에도 일본대표팀은 경쟁력이 있는 집단이지만
그간 대표팀을 지탱해왔던 일명 ‘일본축구판 황금세대’가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완전 사라진다.
그렇다고 젊은 피가 되어야 할 올림픽상비군과 청소년대표급에선 과거와 달리 이렇다 할 인재들이 쏟아지는 것도 아니다.
결국 혼다, 오카자키, 모리모토, 우치다, 나가토모 등이 대표팀 중추가 되어 향후 일본대표팀의 4~6년을 책임져야 한다.
때문에 이들이 큰 무대에서의 활약을 통해 일본대표팀 전력 향상에도 도움을 줘야하는 건 일본축구계의 지상과제다.
그런데 때마침 혼다라는 존재가 최근 1년간 부각되기 시작했고
드디어 이번 월드컵에서 2득점 하며 나름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일본축구계와 언론이 이 기회를 놓칠 리 만무하다.
현재 그의 이적 문제를 놓고 벌어지는 온갖 ‘쇼’의 기저엔 바로 이것이 있다.
하지만 모든 것엔 정도가 있는 법.
혼다를 둘러싼 모든 루머는 지나친 면이 있다.
혼다만 그런 게 아니라 아스날이 ‘천재’ 모리모토를 모셔오기 위해 거액을 준비하고 있다느니,
리버풀이 전력 강화를 위해 ‘30살짜리’ 미드필더 엔도를 노린다느니 하는 얘기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나의 이런 비웃음을 역으로 비웃듯 저들 모두 기적적으로 위에 언급된 빅클럽들로 갈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서도 할 수 있다고는 솔직히 생각되지 않는다.
몇 시간 전 뉴스를 확인하니 혼다의 에이전트가,
아직까지 언급된 그런 명문 클럽들로부터 구체적인 제의를 받은 게 없다!”라고 했다. 뭐, 전혀 새로울 것 없다.
한국의 축구팬이라면 그것은 말 안 해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