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히잊었던 사람을 예상치않은곳에서만나면 반가움이 앞서는
것일까? 설령 기억속에 자리잡았던 그사람과의 인연이 별반 대수
롭지 않거나, 악연 이었을지연정 잊고지냈던 시간이 길수록 과거
의 감정 이란 색바랜 사진처럼 추억으로 머물수 있다는것임을 알
았다.
진천의 원남지에서 밤을새워 대를 드리웠으나 신통치않은 입질에
날이 밝자마자 차를몰아 진천 I.C 근방의 덕산지로 향했다.
그다지 큰씨알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손바닥만한 토종붕어들의 당
찬 입질은 간간히 볼수있는 확실곳이라는것을 그간 몇번의 출조
를 통해 알고있었기 때문이다.
밤을꼬박 새운탓에 상류까지 무거운 장비를 메고 가기가 귀찮은
마음이 들어 돼지축사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까운 물가에
대충 자리를 잡았다. 버드나무 한그루가 수면에 풀어헤친 가지를
담구고 있는 포인트는 제작년 칸반대 한대만으로 살림망을 가득채
웠던 곳이라 짧은대만으로 두대를 편성시켜 놓고서 고운가루의 떡
밥을 찰지게 게어 바늘끝에 사과씨 만하게 달아 던져 놓았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은 더운여름 등골에 베인 땀을 식혀주었고,
보기 드물게 맑은물에 담근 발을 통해 전해지는 시원함은 나른한
졸음을 오게 만들었다. 눈을감고 잠깐 조는사이에 주위가 시끌벅
적 해져서 돌아보았더니 언제 왔었는지 전세버스한대가 서있었고
그곳에서 내린 많은 낚시꾼들은 어수선하게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모자와 조끼에 같은문양을 새겨넣은것으로 보아 어느 낚시회의
정출임을 추측했으나 이곳 덕산지의 작은씨알붕애를 대상으로
정출장소를 정한 것에 조금은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하긴,정출이라고 가서 붕어얼굴도 구경못하고 대를접는 회원들의
궁시렁대는 불평을 작은씨알이나마 손맛을 보게 해주어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주최측의 의지가 옅보였다.
손에든 확성기로 이것저것 주지사항을 떠들더니 어느덧 물가에
빼곡히 앉아 촘촘히 대를 드리우기시작했다.나는 4치내외의 붕애
들의 찌올림을 맛보며 잡히는대로 놓아주어 살림망을 담그지도
않았지만 여기저기 고성을지르며 챔질을하는 낚시꾼들은 멸치급
붕어까지 살림망에 정성껏담아놓는 모습들이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하기사 상패와 상품이걸려있는 대회에 운이좋으면 붕애로도 입상
을 할수있다는 기대감이야 있기마련이지만 마치 저수지의 붕어퇴
치 작전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그렇게 두어시간이 흐르고
점심식사 시간이 되었나 보다, 확성기의 안내방송을 따라 하나둘
버스앞에 마련된 임시테이블 위에 놓여진 도시락 앞에 조사들이
몰려갔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펴고 라면을끓여 요기를 채울양으로
코펠을 가지러 차로 걸어가는순간,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몇걸음 지나쳐 걸음을옮기다가 어렴풋한 기억들이
떠오르며 낯익은 얼굴이라는 생각을 하여 뒤를 돌아보았을때
그자역시 나를향해 고개를 돌려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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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확실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아 시선을 접고 지나쳐 버렸다.
라면을 끓여 먹고 다시 대를 드리우면서도 온통 그사내의 정체에
대해 기억을 더듬어 보았으나 가물가물 맴돌뿐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누굴까?… 수많은 조행길에 만나 몇마디씩 나누었던 낚시꾼
일거라는 추측도 해보았으나 그러기엔 너무도 강열한 인상이었고
회사의 거래처중에 직원일수도 있겠다 싶어 수첩을 뒤지며 추리도
해보았으나 의문만 가중될뿐 무엇가 확실히 잡히질 않았다.
고개를 빼어 그사내가 앉아 있는 자리를 힐끔이 보며 다가가서
물어볼까도 생각했었지만 확실히 이렇다할 근처까지 막연한 추측도
없이 꺼낼말이 없었다. 그러다 칸반대의 입질에 챔질한 붕어의
묵직한 손맛을 느끼며 건져낸 씨알이 제법 컷음을 알았다.
손바닥으로 대충 재어보니 9치 가까이 되었다. 낮낚시에 이곳에서
이정도 씨알을 올릴수 있음은 상당한 행운이라 생각되어 살림망을
꺼내 놈을 담아 두었다.
옆에앉은 조사의 부러움 섞인 탄식이 흘러나왔다.
" 어휴~~ 저놈이면 오늘 대어상은 타논 당상인데… 쩝.."
나는 다시 채비를 정비해 대를 담구고 담배한대를 피워 물었다.
그러다 갑자기 스쳐지나가는 기억은 아득히 멀리 중학교 학창시절
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바로 그시절 그곳에 아까 보았던 그사내가
자리잡고 있었음을 알고는 내심 놀란마음으로 손바닥을 치며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 마동명 " 변두리 중학교의 가난했던 시절의 학창생활속에
자리잡았던 악연을 이곳에서 만날줄이야 상상도 못했었다.
당시의 중학생 시절은 누구나 버즘이 덕지덕지 핀 까까머리에
교복바지가 반질거릴정도로 때가 끼인 모양새가 일반적이었고
도시락을 싸올수 있는 학생이 몇 되지않았던것으로 기억된다.
차라리 농촌의 학생들은 먹거리 걱정은 덜했으리라 생각되어지는것이
그나마 농사를 지어서 그러하겠지만 도시의 변두리 어중간한 빈민촌
의 학생들이야 말로 당시의 배고픔은 상당한 고통이었다.
그러했던 상황속에 같은학급이었던 마동명이란 인물은 당시의 학생
들에겐 신비스러운 존재였음이 틀림없었다.
녀석은 한마디로 학교에서 사고뭉치중에 하나였다. 일주일에 두번
등교를 하면 그나마 다행이었고 하루가 멀다하고 싸움박질을 하고
으슥한 교정구석에서 담배를 피다 걸리여 벌을 스는 일따위는
놈에겐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일과중에 하나처럼 보였다.
놈의 주머니와 가방속에 가득한 구경조차 못했던 외제과자들과
당시 가볼 엄두도 못내었던 고급양과점과 빵집을 학급학생들에게
번번히 출입하여 배불리 먹을수있는 기회를 준적도 많았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어디서 생겼는지 놈의 뒷주머니의 지갑안엔
항상 거금의 지폐가 채워져있다는것이 동명이란 인물에 대해
존경심마져 들었던 학생들의 당시의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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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러한 돈과 물품들의 출처에 대해 녀석은 단한번도 말을
한적이 없었고, 녀석의 집안형편 이란 당시의 다른학생들과 별반
다를것이 없었다. 동명이의 아버지는 일찍이 돌아가셨고 그의 어머니
혼자서 동명이 외에 두동생을 식당일을 하며 먹여살리는 생활이었다.
나는 그러한 녀석의 정체모를 행동에 대해 별로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대했었다. 여러 번 나에게도 그러한 만찬에 초대했었지만 번번히
거절해버렸고, 그후엔 녀석도 나에게 그러한 기회를 주지는 않았다.
그래서 였는지 몰라도 녀석은 나에게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는지
놈을 따라다니던 교내에서 힘꽤나 쓰는 몇 명의 학생들과 함께
학교 뒷산으로 나를 끌고갔었다.
서너명의 뭇매에 꼼짝없이 린치를 당하여 입술이 터지고 머리에
12바늘을 꽤매야할 정도의 매를 맞았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날저녁 주변이웃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찟어진 머리에 된장을
바르고 광목으로 둘둘말아 대충의 치료를 받고 터진입술을 악물고
녀석의 집으로 찾아갔었다. 저녁을 먹던 동명이와 그의 어머니는
눈이 휘둥그레질정도로 놀라 나를 멍하니 쳐다보았고 나는 동명의
멱살을 잡고 주먹이 아프도록 두들겨 주었었다.
그 다음날 나는 학교에 나가지 못할정도로 앓아 누웠다.
무척이나 걱정스럽게 우시는 어머니의 눈물을 아마 그때 처음 보았
던것 같았다. 나는 그냥 단순히 넘어져 다리밑으로 굴러서 다쳤다는
변명으로 어머니를 안심시켰고 하루라도 일을 나가지 않을수 없었던
어머니는 머리밭에 밥상을 차려놓으시고 일터로 가셨다.
나는 방안에 멍하니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었다.
늦은오후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집앞 담벼락에 기대어 삐딱하게 학생모를 눌러쓴 동명이 녀석과
저번의 그놈들이 나를 쳐다보며 나오라고 했다.
나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으나 은근히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라
이부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녀석들을 두어걸음 사이에 두고 두주먹을 치켜올리며 공격태세를
취하고 있음쯤.. 동명이 녀석이 입을 열었다…
" 야.. 야.. 여기 쌈하러 온거 아니야.. 주먹좀 풀어라 "
" 아주 녀석이 깡하나는 대단한데 "
나는 눈을 부라리며 뭣하러 왔냐고 물었고 녀석은 나의 모습을 보더니
한층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 너 많이 다쳤구나.. 그날일은 정말 미안하다"
" 나도 네주먹에 이빨하나가 부러졌으니 너무 억울해 하진 말어"
하며 녀석은 윗입술을 까보이며 앞이빨의 절반정도가 떨어져나간
치아를 보여주었다.
그렇게 그날저녁 동명이 녀석과 나는 서로에게 말문을 트며
급속히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놈은 나에게 생전 경험해 보지못한
풍족한 먹거리와 재미거리를 제공해주었고, 당시 어느정도 성적이
우수했던 나는 녀석의 숙제와 시험문제 컨닝의 기회를 주면서
비밀스런 거래를 계속해나갔다.
나는 더 이상 녀석에게 그러한 돈의 출처를 묻지않았다.
단순히 녀석이 구두를 닦고 신문을 팔아 번돈이란 말을 오히려
믿고 싶었다. 출처야 어떻튼 녀석과 있으면 갖고싶은것과 먹고싶은
것들을 얻을수 있다는 사실이 그러한 궁금증을 점점 희석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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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개월 나와 동명이녀석은 단짝처럼 붙어 다녔다.
하루는 녀석과 번화가 거리를 쏘다니다 자전거 상점앞에 멈춰섰다.
네온에 번쩍이는 이중기어 자전거의 늘씬한 모습에 한참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녀석이 상점안으로 들어가 주인에게 가격을 물어보는것
같았다.
그런데 얼마간의 돈이 부족했는지 녀석은 주머니속의 돈을 꺼내
세어 보더니 자기를 따라오라며 매서운 눈매를 가지고 어디론가
걸어가더니 버스를 타고 서울시내 번화가에 내렸다.
그곳에서 얼마간 더 걸어들어가자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커다란건물이
있었고 그안으로 들어가보니 휘황찬란한 조명과 즐비한 물건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바글대는 곳으로 아마도 지금생각해보면
명동의 어느 백화점인것으로 추측되는 장소였다.
나보고는 잠시 입구에서 기다리라며 녀석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사라졌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녀석이 나왔다. 그런데 놈은
나의 팔을 잡아당기며 어서 뛰라고 했다. 무척이나 상기된 녀석의
얼굴에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판단이 섰고 나는 뒤도 돌아보지않고
순간적으로 뛰어달아나 건물을 빠져나왔고 뒤에서 들리는 호루라기
소리와 " 저놈 잡아라 "하는 고함소리에 놀라 대로를 향해 전력질주
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내달리다 어느 건물구석에 숨어
숨을 골랐다. 동명이 녀석은 나의 반대방향으로 내달렸기 때문에
녀석의 행방은 전혀 알수가 없었다. 나는 그곳에서 두려움에 떨며
동명의 녀석의 그간 행동과 알수없는 돈의 출처를 짐작할수있었다.
그렇게 나는 어둠을 틈타 버스를 타고 늦은밤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밤새 오늘 겪었던 일에대한 두려움과 충격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뜬눈으로 날을 지샜다.
다음날 등교를 하여 2교시를 마칠쯤 교무실에서 학생주임선생이
나를 불렀다. 영문도 모르고 찾아간 교무실에는 학생주임선생과
담임선생 그리고 말끔한 양복을 입은 사내와 경찰이 있었다.
나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얼굴이 굳어진 담임선생과 학생주임선생은 나에게 어제 일에대해
자백을 요구했다. 그리고 경찰이 내민 손에들려있는 나의 작은수첩
을 보는순간 차라리 눈을 감고말았다.
아마도 어제 겁을 먹고 건물을 뛰어달아나다 주머니속의 수첩을
떨어뜨렸음에 틀림이 없었다. 나는 꼼짝없는 도둑으로 몰릴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좌절감에 그자리에 주저앉아 아무런 말도없이
고개를 숙였다. 순간적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님과 아버님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나도모르게 눈물이 닭똥처럼 뚝뚝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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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주임은 험상굳은 얼굴로 들고있던 출석부로 머리를 치며
도둑놈이라며 혀를찻고.. 경찰은 나에게 어제일에 대해 말을하라며
다구쳤다. 나는 변명조차 하지못하고 억울한 마음에 소리내어
울고만 있었다. 그러자 담임선생님은 나에게 물한잔을 내어 주시며
절대 내가 그러한 일을 할 학생이 아니라며 무슨 사연이 있을거라며
나를 두둔하셨다. 그리고는 조용한 목소리로 어제밤의 일을 물으셨다
나는 소상히 동명이와 보냈던 어젯밤일에 대해 말을했고,그것을
들은 담임선생님은 나의 어깨를 두드리며 알았다고 하셨으나
학생주임선생과 백화점 직원같은 사내는 공범이 아니냐며 나를
죄인으로 몰아붙였다.
경찰이 돌아가고 학생과로 불려간 나는 그곳에서 더욱더 자세하고
기나긴 나의 결백을 주장하여야만 했다.
얼마후 일을나가셨던 어머니가 허겁지겁 놀란표정으로 학교로 오시고
학생주임선생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굽신거리셨다.
나는 갑자기 동명이 녀석에 대한 분노가 몰려왔다.
얼마후 선생님과 경찰이 학교에 출석하지않고 또다시 길거리를 돌아
다니는 동명이를 수소문끝에 잡아왔다. 학생과에 끌려온 놈은
얼굴색하나 변하지 않는 지독함이 엿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지난 녀석의 행동들과 녀석의 소지품에서 발견된 금품들의 출처에
대해 추궁을 하자 녀석을 결국 울음을 터트리며 자백을 했다.
그렇게 나는 결백을 인정받고 단순한 훈방조치로 끝이났다.
하지만 녀석은 그일로 인해 퇴학을 당했고, 그후에 청소년보호소로
갔다는 소문만 들었을뿐 그후 단한번도 녀석을 다시 볼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러한 마동명을 이곳 덕산지 낚시터에서 다시볼줄이야
상상조차 했었겠는가… 지나가버린 상채기같은 기억들이 되살아난후
나는 대를걷고 녀석이 있는곳을 향해 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녀석과의 아픈기억 보다는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이
더욱 반가운 마음을 앞서게 했다.
녀석이 언제부터 낚시를 즐기게 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간 어떻게 살아왔는지 듣고싶은 이야기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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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에게 다가가 어깨를 짚으며 말을 건넸다.
" 너.. 마동명 맞지… Y 중학교 다녔던 " 나는 얼굴에 함뿍 미소를
머금고 녀석에게 인사를 했다. 그런데, 동명이는 나를 쳐다보며
한참을 머뭇거리다 표정이 굳어지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사람 잘못 봤읍니다 "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돌리며 떡밥을 달던 대를 들고는 물속에
던지며 계속 낚시를 하는것이 었다.
나는 엉겁결에 내가 사람을 잘못본것이 아닌가? 하여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담배한대를 피워물고 세상엔 비슷한 사람이 많다는것을 알지만
저렇게 흡사한 사람도 있구나 생각했다.
얼마간 낚시를 더하다가 해가 점점 중천에 떠오르자 피라미 입질만
있을뿐 별반 소득이 없을것같아 대를정리하고 집으로 가기로 맘을
먹었다. 낚시대회랍시고 온 많은 조사들은 고만고만한 붕애들만
올라오던 입질마져 끊기자 여기저기서 조급함에 터져나오는 불평들
이 들렸다. 나의 살림망의 9치붕어가 아무래도 이곳의 오늘의
최대치임은 확실한것 같았다.
대충짐을 챙기고 차에서 아이스박스를 꺼내러 가는중에 동명이를
닮은 그자의 자리를 지나치게 되었는데, 그자리엔 그사내 대신
10여살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앉아있었다. 그런데 그아이는
팔하나가 없는듯 한쪽 소매를 접어 앞주머니속에 옷핀으로 고정
시켜 놓고는 연신 한손으로 2칸대정도로 보이는 낚시대를 능숙하게
발과 어깨를 이용해 떡밥을 달아 던지고 있었다.
나는 그아이의 낚시대 놀림이 하도 능숙하고 신기해서 다다가
말을 붙였다. " 너 낚시 무지 잘하는구나?"
그아이는 나를보고 씨익 웃더니 한마디 했다.
" 네 ! 저 낚시 아주 잘해요 "
" 아저씨가 아까전에 잡은붕어 상당히 크던데, 아저씨도 무척
낚시 잘하시나 봐요?"
나는 그아이 옆에 쪼그려 앉아 몇마디 더 물었다.
" 너 아빠 따라 왔니?"
" 네 . 아빠는 낚시별루 안좋아 해요, 저때문에 이곳에 같이 오셨어요"
" 그럼 항상 아버지가 너를 낚시터에 데리고 다니시니? "
" 네! 제가 팔다친 후로는 항상 데려다 주세요 "
나는 문뜩 생각난것이 있어 녀석에게 넌지시 물었다.
" 혹시 너의 아버지 성함이 마동명씨 아니니? "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쳐다보더니 놀란표정으로 물었다.
" 어? 아저씨 저의 아빠 아세요? "
나는 갑자기 슬픈생각이 들었다. 동명이 녀석이 나를 피한이유를
조금은 이해할수 있을것 같았다.
아마도 제자식앞에서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생각하기 싫었던
것일거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그아이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동명이 녀석의 그간 생활을 추측할수 있었다. 녀석은 일찍결혼
한것 같았지만 아내가 집을 나가버린지도 오래된것 같았다.
아들하나를 혼자키우며 택시운전을 한다는것도 알았다.
그리고… 아까 그아이 또한 고스란히 아빠의 전철을 밟고 있었는지
그아이의 유일한 한쪽팔에 새겨진 조그만한 문신을 보며
그아이역시 올바르게 성장하지 못했음을 추측했다.
나는 살림망의 붕어를 가만히 꺼내어 그아이의 두칸대 낚시바늘에
꿰어 물속에 살짝 던져 넣고는 나를보며 빙그레 웃는 녀석에게
찡끗 한쪽눈을 감아주었다.
나는 차에올라 시동을 걸며 녀석주변으로 몰려든 낚시꾼들의
감탄스런 함성소리와 녀석이 능숙히 붕어를 제압하는 모습을 보며
그곳을 빠져나왔다.
자동차 빽밀러에 비춰진 마동명은 우뚝선채로 멀어지는 나의차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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