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불개랑 강준치랑
이 겨울을 나리라
글 사진 나승수 군산 파워피싱 대표
겨울 철새의 보금자리, 금강에 겨울 루어낚시인들이 찾아온다.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입질해대는 강준치와 눈불개를 낚으려는 행렬이다. 금강은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이 강에 사는 물고기들은 특수체질이다. 추위만 견딜 수 있다면 밤낚시까지 할 수 있다.
서해 갑오징어 시즌도 끝났고 손맛 볼 만한 곳이 없어 고민하던 중 장길영씨가 찾아와 금강하구를 들먹인다. “이맘때 가면 강준치와 눈불개가 같이 물잖아! 나 사장, 말 나온 김에 바로 튀자구!”
루어낚시라면 민물과 바다를 가리지 않는 그의 펌프질에 낚시점에 모여 앉았던 회원들이 모두 발동이 걸렸다. 가게를 나선 지 20분 만에 서해안고속도로가 지나는 금강대교에 도착하니 햇살을 받은 수면이 잔 물결을 지으며 반짝이고 있었다.
일명 금강대교 포인트! 사계절 다양한 고기들이 낚여 군산 지역 낚시인에게 인기가 높다. 서울에서 찾기에도 가깝다. 서해안고속도로 군산IC에서 불과 10분 거리. 금강의 서천 쪽 연안은 얕아서 깊은 군산 쪽 교각 밑에서 낚시가 잘 된다.
이곳에서는 배스, 강준치, 눈불개, 끄리, 쏘가리 등이 함께 낚인다. 강준치가 가장 잘 낚여 인기가 높다. 1m가 넘는 놈도 종종 낚인다. 그보다 드물게 낚이는 눈불개도 씨알이 굵다. 30~45cm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끄리도 있다. 이 세 가지 루어낚시 어종은 겨울 내내 입질한다. 금강은 아무리 추워도 얼지 않는다.
“가장 작은 루어로 바꿔봐”
금강대교가 포인트가 되는 이유는 물속에 물고기 은신처가 많기 때문이다. 교각과 교각의 쇄굴(빠른 유속에 의한 와류로 교각 주변 흙이 유실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투석한 큰 돌들이 많이 잠겨 있어 물고기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오늘은 느낌이 좋다. 며칠 포근한 날씨 덕인지 수면에 떨어진 날벌레가 유난히 많다. 날벌레가 일으키는 파문 주변에 큰 물거품이 연거푸 이어진다. 강준치나 끄리로 짐작된다. 각자 마음에 드는 루어를 묶어서 캐스팅했다. 나는 소형 스푼과 지그헤드 채비를 교대로 쓰면서 녀석들의 반응을 보았다.
그러나 몇 번 캐스팅에도 좀처럼 걸려들지 않고 “툭”하고 건드리고 마는 입질이 대부분이다. 날벌레를 사냥하는 걸 봐서는 활성이 좋은 듯한데 역시 수온이 많이 내려간 탓에 루어에는 경계심을 보이는 듯했다.
“나 사장, 제일 작은 루어를 써보자. 생각보다 예민한데?”
역시 계속 챔질에 실패한 장길영 회원이 바늘허리가 짧은 1/16온스 지그헤드에 2인치 웜을 꺼냈다. 펄이 들어간 붉은색과 검정색 그럽을 번갈아 쓴다. 루어가 작고 가벼운 만큼 릴링 도중 가벼운 트위칭(튀겨주는 동작)과 1~2초 동안의 폴링(릴링을 멈추고 루어를 가라앉히는 동작)을 반복했다. 두 번째 캐스팅에 첫 고기를 걸었다. 40cm 강준치다. 이제야 패턴을 읽어냈다는 자신감이 밀려드는 동시에 40~60cm 씨알의 강준치가 연달아 걸려나오기 시작했다.
“야호! 이번에는 눈불개다 눈불개!”
30m 떨어져 낚시하던 김정호씨가 1/16온스 지그헤드 채비로 45cm가 넘는 눈불개를 히트시켰다. 같은 씨알이라면 눈불개가 강준치보다 손맛이 좋다. 그 녀석도 검은색 펄이 들어간 2인치짜리 웜을 덮쳤다.
가로등 밑에선 밤에도 덥석덥석
어느덧 오후 4시를 넘어섰다. 누군가 ‘밤낚시까지 하자’고 한다. 그에 의기투합, 일찌감치 철수했다가 밤 10시경 방한복을 껴입고 다시 금강대교에 집합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비록 초겨울의 문턱이지만 가로등 불빛에 현혹된 강준치들의 먹이사냥이 한창이었다. 밤에는 가로등 불빛이 비추는 수면에서만 입질이 들어오기 때문에 여러 명이 낚시할 때는 어깨를 맞대고 낚시해야 한다. 스트라이크 존도 그만큼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선 좌우로 넓은 범위를 노릴 수 없고 직선으로 포인트를 더듬어야 하므로 더 무거운 루어로 장타를 날리는 게 효과적이다.
낮보다 경계심이 덜하기 때문인지 예신도 없이 지그헤드와 소형스푼을 사정없이 물고 늘어졌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소나기 입질에 비해 씨알이 낮과 별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큰 놈들은 아직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적응하지 못한 것인가?
그러나 우리는 실망하지 않았다. 이 추운 날씨 속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는 강준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겨울에도 루어낚시가 잘 되는 금강하구 주변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릴레이 입질에 희희낙락하던 우리는 자정을 훌쩍 넘져서야 대를 접었다.
필자 연락처 063-442-3150
금강대교 가는 길 : 서해안고속도로 군산IC를 나와 우회전, 나포 방향 706번 도로를 2km 가량 달리면 삼거리. 군산온천 방향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 1km 가면 다시 작은 삼거리. 좌회전해 500m 가면 금강조류관찰소가 보인다. 이곳에 주차하면 된다
'낚시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루어의 사이즈를 변화시키는 요소들 (0) | 2009.03.14 |
---|---|
박무석 프로의 선택---1 (0) | 2009.03.14 |
폭염 피한 여름 호수의 배스---3 (0) | 2009.03.14 |
큰 루어, 빠른 액션이 듣는 핫 시즌이니까.....장마철! 내심 기다렸다 ---4 (0) | 2009.03.14 |
지금은 산란후기---5 (0) | 2009.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