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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과 박지성.

뭐라카노 2010. 11. 9. 07:16

 

 

 

 

 알렉스 퍼거슨 경.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면 절대로 안된다는 걸 그대로 보여주는 사람이지요.

영국 시골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술 좀 드시면 때로는 괴팍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마음은 순박한 동네 할아버지의 모습. 


그런데,

지난 100년의 클럽 축구 역사를 봤을 때, 

가장 독보적인 커리어를 갖고 있는 감독임은 알고 계시는지. 


그가 갖고 있는 트로피 숫자도 참으로 빛나는 훈장이지만, 

더 놀라운 건은.

5년 정도에 한번씩 리빌딩 수준을 뛰어넘는 

'팀 개조'를 하면서도 그러한 결과를 얻어냈다는 점이죠.


이른바 팀의 중심이 되는 '클래스급' 선수를 몇 명이나 내보내면서도 

'팀'으로서의 가치를 유지해 나가는 

뛰어난 '매니저'로서의 역량은

그 누구도 따라가기 힘들거라 보여집니다. 


아마도.

구단 내에서의 퍼거슨 감독의 입지가 줄어들지 않는 한 

박지성 선수가 맨유를 나가는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팀 매니저'로서 퍼거슨 감독이 지금까지 

그러한 결과와 명성을 유지했던 가장 큰 이유는 

골을 넣고,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선수보다는 

팀에 헌신한 선수의 가치를 인정할 줄 알고, 

(전세계의 수많은 박지성 선수의 팬보다 더!)

그러한 선수가 맨유에 오래도록 남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지요.


지금까지 퍼거슨 감독은 충실한 팀 플레이어들을

내보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팀의 주축이자 클래스급 선수들조차도 

팀의 화합에 방해가 된다면 가차없이 팔아버렸지요.


우리가 의심하고 회의적으로 바라보았던 박지성 선수의 가치와 열정을

그 누구보다도 더 깊게 인정하고 아끼는 사람이

'세계 최고의 커리어를 가진 팀 매니저'라는 사실이

참으로 감사하네요. 


지금 그의 활약에 잠 못 이루고 기뻐하는 박지성 선수의 모든 팬들이

시간이 더 지나서, 

그가 더 이상 스쿼드 플레이어로서 활약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맨유의 '벤치'에서 조차 그의 자리가 없어져 '벤치성'이라고 부르지도 못하게 되었을 때,

퍼거슨 감독의 마음, 반 만큼이라도

박지성 선수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