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투덜 개시판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이 무서운 이유
뭐라카노
2008. 9. 16. 06:51
- 158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 은행중 하나인 리먼 브라더스가 드디어 파산했습니다
한때는 한국의 산업은행에 의한 인수도 추진되었지만 역시 무산되었고, 그외 다른 미국 은행들도 '막대기로도 건드리지 않을' 정도로 빚더미를 진 채 파산 신청을 했군요. 리먼을 인수하지 않기로 한 산업은행/한국의 결정,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번에 글을 통해 내년 중반까지 미국의 은행이 100여개 혹은 그 이상이 파산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린적이 있지만, 이번의 리먼브라더스의 경우는 상당히 무서운 파장을 일으킬 것이 틀림없기에 글을 따로 적습니다.
첫째, 파산과 함께 리먼브라더스의 주식과 채권, 둘 모두 가치가 0으로 바뀝니다. 혹시라도 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주식을 가지고 있던 개인들과 펀드들은 이것으로 큰 돈을 잃을 겁니다.
둘째, 사실은 첫번째는 약과입니다. 미국 정부는 드디어 은행들을 구해줄 '총알'이 바닥났다는 간접적인 증거이기 때문에 이번 일이 무서운 것입니다. 겉으로는 지난번에 8000억 달러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돈으로 프래디 맥과 패니매 은행을 인수한 이후 더이상 금융시장을 구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겉모습이고. 실제로는 이제부터는 파산하는 은행은 미국 정부가 더이상 구해줄 능력이 없어진 것 아니냐는 두려움이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과는 몇가지로 나타납니다.
1) 미국의 은행들이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그 증거는 일요일 오후까지도 리먼의 구제가 일어나지 않자, 또 하나의 대표적 투자회사인 메릴 린치가 일요일 저녁에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인수되기로 전격적으로 결정했습니다. '정부는 더이상 구해주지 않는다/못한다'라는 눈치를 채고 결국 다른 은행에 헐값에 스스로를 팔아 넘기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런 은행들이 수없이 나타날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미국 은행들은 이번 일로 모두 투자 기피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2) 월스트리트 은행들의 미래가 대단히 불안해진 것을 눈치챈 세계의 투자자들이 일제히 미국 금융주로부터 물러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의 투자펀드들도 일제히 매도로 돌아설 것이고 어쨌든 월스트리트 투자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는 전세계의 펀드에 대한 대폭 매도가 연일 계속될 것입니다. 물론 미국 정부가 다시한번 주식시장 구제 대책을 들고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만, 미국 은행들에 대한 세계 투자자들의 이미지는 많이 변할 것입니다. 누리엘 씨의 말대로라면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은행들사이에 대규모의 합병 인수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사태를 잘 관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이 상황 속에서 큰 이득을 내는 사람도 나올 것입니다.
그렇다고 금새 회복이 일어나느냐,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뉴욕대 교수이자 이번 위기를 비교적 정확히 예측해 유명해진 노리엘 루비니 씨에 의하면 이번 기회에 지난 20년간 계속되었던 '그림자 금융'이 드디어 붕괴할 것이라고 합니다. 지난 20년간 월스트리트의 급성장을 주도했던 것이 바로 그림자 금융이었다는 것을 상기하면 이번 일의 심각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3) 미국인들의 은행에 대한 신뢰가 없어져 소위 '뱅크 런'이라는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망할 것 같다'는 소문이 도는 은행에서 개인 예금을 인출하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는 현상입니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의 소위 S&L 위기라는 것으로부터 25년만에 보는 희귀한 현상일 것입니다.
4) 장기적으로는, 결국 어쩔 수 없이 미국 정부는 불안한 증시를 구제하기 위해 이자율을 낮출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에는 유리할 겁니다. 원화 환율이 다시 1100원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느니까요.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미국/세계의 인플레가 다시 심해지기 시작할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드디어 미국 정부는 은행을 구해줄 힘이 없다는 사실이 서서히 현실로 드러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눈치채고 있습니다. 은행들의 연쇄 도산, 미국에서는 기정 사실로 일어날 것입니다.